책사랑/책 속의 길

종이밥을 읽고

단산사람 2007. 12. 25. 22:37
 

종이밥을 읽고

영일초등학교 이원식


  1950.6.25 북의 남침으로 한반도는 밀고 밀리는 공방이 계속된다. 그해 겨울 흥남부두의 금순이는 오빠와 헤어져 아직 행방을 알 수 없다. 금순이를 찾는 오빠의 마음을 「굳세어라 금순아!」라는 노래가 잘 나타내고 있다. 다시는 이 땅에 가족과 헤어지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빌어온 50년 세월이지만 그 속에는 가난 때문에 생기는 이산도 가끔 있었다. 그 후 지금 가난으로 인한 이산의 아픔이 있다면 우리 함께 그 아픔을 나누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 시대를 사는 철이와 송이도 이산가족이 될 뻔했다. 철이와 송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랑 네 식구가 같이 산다. 할아버지는 시장 골목 좌판에서 생활용품 장사를 하는데 천식이 심해 일을 하기 어렵게 되었다. 병원에서 청소일을 하시는 할머니가 생계를 유지하며 어렵게 산다. 엄마와 아빠는 송이 돌 때 기념사진을 찍고 사고를 당해 돌아가셨다. 할아버지가 건강하실 장사를 해서 별 어려움 없이 살 수 있었는데 할아버지가 입원 한 후 병원비도 많이 들자 가정 현편이 매우 어려워졌다.


  철이는 송이가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여섯 살 때부터 송이를 돌봐야 했으니까. 일 나간 할아버지, 할머니가 집에 올 때까지 송이를 안고 분유도 먹이고 업어 재웠다. 철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할머니는 송이를 방에 혼자 두고 문을 잠갔다. 철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열쇠를 따고 방문을 열 때까지, 송이는 단칸방에서 혼자 있어야만 했다. 혼자 놀던 방바닥에는 언제나 종이조각이 흩어져 있었다. 배가 고프면 밥 냄새가 난다며 종이를 씹어 먹는 송이. 그 냄새 속에는 어머니의 냄새도 있었을 것 같다. 그런 불쌍한 송이와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철이는 마음을 잡을 수가 없다.


  철이는 아무것고 모르고 잠든 송이 얼굴을 내려다본다. 송이가 절에 가면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 절에는 배불리 먹을 수도 있고 같이 놀아 줄 친구도 있을 것이고 밤낮으로 보살펴 줄 스님과 보살님들이 있기 때문이다. 송이는 그 곳에서는 종이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를 테고, 심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가난하다고 아이들에게 놀림 받을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꾸만 눈물이 나는 것은 웬일일까?


그런데 할머니랑 절에 갔던 송이가 다시 왔다. 철이는 화닥닥 송이 팔목을 잡고 다짜고짜 물었다.

  "너, 이송이 맞지?" 송이는 눈이 놀라서 눈이 둥그래지는가 싶더니 금세 생글생글 웃는 얼굴을 한다.

  "오빠, 내가 그렇게 보구 싶었어?"

  송이는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다. 아직도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철    이는 할머니를 올려다보았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할머니가 말해 주기를     기다렸다.

  할머니는 송이를 절에 맡기러 갔지만 그냥 왔다고 한다. 스님이랑 보살님한테 인사도 안 하고 새벽에 몰래 송이랑 함께 내려와 버렸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잘 했다고 할머니의 손을 계속 쓰다듬으며 꼭 부처님 손 같다고 말씀하신다. 할머니는 계속 눈물을 흘린다. 철이 눈에도 할머니가 부처님처럼 보인다. 철이와 송이 할아버지 할머니 네 식구 모두 행복한 눈물을 흘린다.

지금 이 시간 가난 때문에 가족들이랑 헤어질 처지에 놓인 모든 아이들이 철이와 송이 같이 함께 살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철이와 송이 힘내라!

철이와 송이도 기쁜 성탄 맞이하길 진심으로 기도한다. 

2007.12.25 08:15    이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