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양성/신문이야기

영주 문화의 거리 영어 간판 점령했다.

단산사람 2014. 2. 17. 11:10

영주문화의 거리 영어간판

여기가 외국인지? 영주인지?

 

점포 64개 중 영어로 표기된 간판 79.7%

영어간판 51개 중 절반이 영어로만 표기

 

가흥동에 사는 민태식(남. 59) 씨는 7일 아침 ‘3·1절 만세재현’ 행사준비(집회허가신청)를 위해 문화의 거리 만남의 광장으로 가서 약도를 그리려고 간판을 쳐다보는 순간 ‘여기가 외국인지? 영주인지?’ 어리둥절했다 한다.

민씨에 따르면 “영주문화의 거리에 걸린 간판의 10중 8·9는 영어로 표기된 간판이라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는 또 “만남의 광장 네 모서리는 모두 영어로 된 간판만 있어 하는 수없이 서툰 영어로 약도를 그렸다”고 말했다.

영주 문화의 거리는 영주의 명동이라 할 만큼 영주를 대표하는 거리다. 여기에는 눈을 피로하게 하는 간판이나 어설픈 광고물도 없을 뿐만 아니라 깔끔하게 정리된 도보와 휴식 공간이 함께 어우러져 다른 도시의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명성이 높은 거리이다.

영주사람들은 영주문화의 거리를 태극당 앞에서 영주농협 중앙지점까지를 말하는데 직선으로 약 250m 쯤 되고 좌우에는 유명 브렌드 점포 64개(좌우 사이길 제외)가 있다. 그 중 영어로 표기된 간판이 51개로 전체의 79.7%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영어 간판 51개 중 한글을 병기한 간판이 29개(56.9%)이고 영어로만 표기한 간판이 22개(43.1%)로 나타났다. 한글을 병기한 간판들도 대부분 영어는 크게 표기하고 한글은 간판귀퉁이에 아기손바닥만하게 작게 표기하여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휴천동의 김민정(여. 64)씨는 “듣고 보니 정말 영어간판 뿐이네요”라며 “백성을 위해 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이 이 모습을 보았다면 ‘크게 노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최미영(여. 48)씨는 “여기는 전부 영어간판이 많아요. 로고와 간판은 본사 도안에 의해 제작됩니다. 가끔 할머니들이 영어로 된 종이가방을 들고 가게에 들어와 ‘이 집이 어디냐?’ 고 묻는 일이 자주 있다”고 하면서 영어간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문화의 거리 밖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신미라(여. 36) 씨는 “직접 보니 정말 놀랍다”며 “제 경우 영어로만 표기한 간판을 만들었다가 사람들이 문을 열고 들어와 ‘이곳은 뭐하는 곳이냐?’고 묻는 사람이 많아 한글과 영어를 병기한 간판으로 다시 바꾸었다”고 했다.

이곳의 한 의류매장 사장은 “시대 흐름을 무시할 수 없다. 한글의 중요성은 잘 알고 있지만 젊은 고객을 상대하다 보니 어절 수 없으며, 외국어 표기가 의미 전달이 더 잘 되고 멋있어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주 유림의 서중일(성균관유도회순흥지부회장, 성균관 전의) 회장은 “영어 간판을 내거는 경우는 영어를 모르는 노인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 게다가 영주는 선비의 고장이고 우리의 고유 문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어만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국민적 자존심에 반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외국인이 보면 얼 나간 민족이라 하지 않겠냐”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중등 국어과 이유숙(여. 25. 휴천2동) 예비교사(경기도 중등 임용고시 합격. 3.1자신규 임용 예정자)는 “영어 간판 문제에 대해 대학 재학 중 실태조사·설문·토론 등 연구가 활발했다”며 “지금까지 조사 결과는 6:4로 영어간판을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다른 연구팀의 결과에 의하면 영어간판이 고객을 모으고 영업 이익이 높이는데 별 효가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현행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시행령에 따르면, ‘광고물의 문자는 한글로 표시하여야 하며, 외국문자로 표시할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한글과 병기하여야 한다’고 되어있다. 그러므로 한글이 빠져 있는 것은 불법광고물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해당 법령에서 ‘등록상표’는 외국어로만 표기할 수 있도록 예외를 허용하고 있어 지자체에서도 이에 대한 별다른 조치(규제)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젊은 시민은 “국제화 시대에 한국어만으로 표기하는 일은 글로벌 코리아에 반하는 일이다. 그러나 서울 인사동에 가면 ‘STARBUCKS COFFEE'를 ‘스타벅스 커피’로 표기한 좋은 사례가 있으므로 한글과 영어를 크기가 같게 병기하면 국어도 살리고 상인도 득이 되는 묘책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세계화도 중요하지만 우리다움을 버리면서 가는 세계화는 뜻이 없다. 서울시는 옥외 광고물 등 관련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고 강원도는 국어 진흥 조례를 만들어 실태를 의회에 보고토록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腐心)하고 있다.

문제는 상인들 스스로가 해결 의지를 가지는 것이다. 지역사회와 상인회가 협력하여 지역의 특수성을 살리면서 고객을 모을 수 있는 묘안을 찾아야 할 때다.

 

 

 

 

 

 

 

 

 

 

 

 

 

 

 

 

 

 

이원식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