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에 1학년 입학한 학생들
영주 YMCA 성인문해학교 33명 입학
전쟁과 가난으로 배움 기회 갖지못해
3년 수료하면 초등학교 졸업장 받는다
새봄과 함께 영주시 모든 학교가 3일 입학식을 가졌다.
교육의 기회를 갖지못했던 비문해(한글을 배우지 못한) 성인에게 제2의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영주 YMCA 성인문해학교(교장 이재옥, YMCA 이사장)도 3일 오전 입학식을 시작으로 2014학년도 학사일정을 시작했다.
이날 입학식은 영주 YMCA 구자화 사무총장의 사회로 개회하여 국민의례, 경과보고, 입학허가 선언, 격려사, 축사 순으로 진행됐다.
구 사무총장은 경과보고에서 “영주 YMCA는 1997년 ‘한글교실’을 개강한 이후 야학교실 운영, 고입 검정고시 합격자 배출, 성인문해교육 지원사업 등을 추진해 왔었다”며 “2012년 초등학력 인정 프로그램을 개발해 교육과학기술부에 공모 신청하여 엄격한 현장 실사와 시설기준을 충족해 초등학력 인정기관으로 선정됐다”고 했다. 구 총장은 또 “2014학년도에 신입생 33명이 입학함으로써 2학년 30명, 3학년 26명 등 전교생 89명이며, 7개 교실에 담임교사 7명 등 인적 물적 체제를 갖추게 됐다”고 보고했다.
이재옥 교장은 “2014학년도 ‘영주 YMCA 성인문해학교’ 신입생 33명의 입학을 허가합니다”고 선언했다.
이 교장은 격려사를 통해 “열악한 환경에서도 열심히 공부하고 기쁘게 학교생활하시는 모습에 감사하고 감동 받았다”며 “어렵고 힘드시더라도 포기하지 마시고 열심히 공부하여 영광의 졸업장을 받으시라”고 격려했다.
영주시청 이화준 자치안전국장은 축사에서 “오늘 입학식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이 자리까지 오신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하면서 “지금은 평생교육 시대이고 배움에는 끝이 없다. 잘 배우고 익히셔서 지역발전과 영주시 발전을 위해서도 적극 참여해 주시고 좋은 의견도 많이 보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도화(72) 신입생 대표는 학교장 앞에서 선서를 했다. “교장 선생님께서 입학을 허가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한 후 “선생님 가르침에 잘 따르고 학우 간에 우애를 돈독히 하며 좋은 학풍을 이어 나가겠다”고 선서했다.
재학생에게 시상도 있었다. 하루도 결석하지 않은 출석상에 조기희 황준희 씨, 반장으로 솔선수범한 선행상에 이정분 백선희 김옥년 씨, 열심히 배우고 익힌 노력상에 김춘자 신태란 씨가 수상했다.
입학식을 마친 후 담임과 각 교실로 이동해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했던 어릴 적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신입생 중 제일 고령인 전옥희(78, 바우골) 학생은 “7남매 맏이로 태어나 일곱 살 때부터 밥하고 집안일을 도맡았다”며 “동생들은 모두 학교에 다녔으나 집안일에 부엌일까지 하다보니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말했다.
봉화 재산에서 태어나 순흥 배점으로 시집 왔다는 금진순(77) 학생은 “당시는 먹을 것이 없어 송구죽에 우무가시리를 먹었고, 신발도 없어 게다(일본식 나막신)나 짚신을 신었으며 맨발로 다닐 때가 많았다”고 하면서 “고생은 우리 언니 또래들이 더 많이 했다. 일제 강점기 때는 정신대에 끌러가지 않기 위해 집을 패해 숨어 살아야 했고 해방 후에는 빨갱이를 피해 집 밖 숲에서 잠을 잤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성인문해 학교 학사일정은 초등학교(3월-2월)와 같으며 교과는 국어, 수학, 영어, 특별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 3일 수업에 1학년은 연간 160시간을 이수해야 하고 2,3학년은 240을 이수해야 한다. 3년 간 소정의 과정을 이수하면 초등과정을 인정받아 졸업장이 수여된다. 영주 성인문해학교는 2015년 2월이면 최초의 졸업생을 배출하게 된다.
신입생들은 대부분 70대로 격동의 근대사를 살아온 분들이다. 일제강점기와 6·25, 가난과 여성비하, 길쌈과 농사 등으로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했다.
이제 이 분들을 위해 나라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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