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학교 이야기/소백산 이야기

송이 채취 현장을 가다(영주 소백산)

단산사람 2013. 10. 9. 21:11

 

삼가리 당골 이야기

당골사람들의 송이 채취 현장을 가다

해마다 9월 말이면 전국 각지(봉화, 울진, 양양)에서 송이축제가 열린다.

영주 소백산송이도 이맘 때 제일 많이 나는데 올해는 양이 많지 않아 산꾼들의 발걸음이 가볍지 못하다.

지난 2013년 9월 27일 당골사람들이 송이를 채취(採取)하는 현장에 가기 위해 새벽 4시 30분 풍기읍 삼가리 당골로 출발했다.

당골은 우리나라 10승지(十勝地) 중 으뜸이라고 하는 풍기읍 삼가리 정안동 그 안쪽에 있다. 삼가동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가면 비로사-비로봉 방향이고 당골은 왼쪽 연화봉 방향으로 올라간다. 마을 입구에는 700년 묵은 소나무(보호수)가 버티고 서서 수문장 역할을 하고 있다. 길은 차마고도의 벼랑길 같은데 머루·다래 숲길도 있고 밤나무와 대추나무가 빨간 사과와 어우러진 과수원길도 있다.

사방은 온통 높은 산이다. 해발 500m가 넘는 산비탈에 띄엄띄엄 마당 없는 집을 짓고, 산만 바라보고 사는 이 마을에는 모두 14집이 산다. 새벽 5시경 집집마다 불이 켜지고 송이 따로 갈 준비를 한다.

6시에 가까운 시각. 먼동이 트기 시작하자 이 마을에서 가장 윗쪽에 사는 김득성(70, 당골)씨 집 앞으로 산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송이작목반 회원 15명 중 10여 명이 모여 출정식을 갖는다. 원래 타지인 입산을 절대 금하고 있으나 삼가리 양승백 이장의 간곡한 부탁으로 회원 중 김낙주(57)씨가 기자와 동행해 주기로 했다.

이제 산행이 시작됐다. 산길을 10여 분 올라가다가 각자의 영역으로 한 사람씩 산 속으로 파고든다.

기자의 동행을 허락해 준 김낙주 씨는 수염이 텁수룩한 탤런트형이라 예술인 같기도 하고 도사(道士)를 닮은 분 같기도 하다. 아직 송이밭 까지는 더 올라가야 하기에 김도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기자는 숨이 차 “헉헉”하는데 도사는 이야기를 계속 이어 갔다.

“저의 할아버지는 평안남도 성천군 남원리에 살다가 1943년경 중앙선 개통 직후 이삿짐과 도자기를 기차에 싣고 십승지 중 으뜸지인 소백산 깊은 곳 ‘욱금·정안동’을 찾아 와 이곳에 정착했다”고 하면서 “어릴 때는 한학을 공부했고 농업계 고등학교를 나와 지금까지 농사를 지으면서 살고 있다”고 했다. 김도사는 향토사와 불교문화에도 조예(造詣)가 깊어 비로사 진공대사보법탑비에 담긴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능선을 오르던 중 김도사가 “어, 개암버섯이네”하면서 누런 버섯 여남은개를 따서 비닐봉지에 담아 기자에게 주면서 “라면 끓여먹을 때 넣으면 기름이 확 풀린다”고 했다. 30여분 올랐을까. 이제 길은 Z자로 오르기 시작했다. 산꾼들은 송이가 나는 가장 가까운 곳으로 다니다 보니 길은 Z자 길로 이어져 있다. 김도사는 주변을 살피며 올라가다가 “여기가 송이밭”이라며 지팡이로 밥상만한 크기의 네모 모양을 그리면서 “여기서 송이를 찾아보라고 했다” 보이는 것은 솔잎과 가랑잎뿐이라 “어딘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김도사는 나뭇잎을 헤치고 송이 머리가 보이게 했다.

“아, 송이다!” 기자는 낮은 소리로 감탄했다. 김도사는 지팡이를 깊이 찔러 송이를 솟구어 올린 다음 손으로 조심스럽게 뽑아 흙을 떨어내고 신문지에 싸 배낭에 넣었다. 조금 더 오르다 두 번째 송이를, 이어서 세 번째와 네 번째 송이를 따 10여분 동안 4개를 땄다.

김도사는 “예년의 경우 여기서 한 배낭 가득 땄는데 올해는 예년의 1/10 정도 밖에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또 기자의 여러 질문에 대해 “송이는 해발과는 무관하고 온도(15-25), 습도가 꼭 필요하다. 햇빛이 잘 드는 마사토에 경사가 심하고 물이 잘 빠지는 곳”에서 많이 난다며 “송이는 소나무 뿌리에 붙어 영양분을 얻기 때문에 소나무 밑에서만 난다”고 했다.

김도사는 “이제 해발 700 이상 위험한 곳을 가야하니 그만 내려가시라”고 해서 기자는 좀 더 따라가고 싶었으나 작업에 방해 될까 싶어 온 길을 따라 내려왔다.

산꾼들은 10시경 까지 송이채취를 하고 하산을 서두른다. 11시가 가까워지자 하나 둘씩 집하장(마을 중간지점)으로 모여들기 시작해서 11시 30분이 되자 회원 모두 무사히 도착했다.

작목반의 좌장인 김득성 씨는 “올해는 늦더위가 계속되어 예년 대비 10% 정도 밖에 안 나온다”며 “작년(2012)에는 하루 평균 30-40Kg 땄는데 올해는 5Kg 내외 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배낭 속에서 비닐봉지가 나오고 그 속에 신문지에 싸인 송이가 진한 송이향과 함께 제 모습을 드러낸다. 1,2,3 등급으로 분류되어 바구니에 담긴 후 무게를 달고 상품으로 포장되어 출하(영주)한다.

당골마을사람들은 일을 마치고 돼지고기 두루치기에 송이를 찢어 넣고 만든 안주로 소주 한 잔 하면서 부족하지만 자연에 감사하며 환하게 웃는다.

 

 

 

 

2013.9.27(토) 새벽 05:30 도착

 

 

당골 김득성씨 집앞에  모임(06:10)

 

 

산꾼 산행 시작

 

 

개별 산행

 

보호색 송이

 

송이따기

 

 

조심스럽게 뽑아올린다.

 

 

피지 않은 상태가 1등품

 

가파른 길을 오른다.

 

 

송이 발견

 

송이 따기

 

 

신문지에 싼다.

 

 

Z자 길을 오른다.

 

 

급경사 소나무 밑에 송이가 있다.

 

 

송이 발견

 

 

송이 따기

 

 

 

 

 

 

 

 

 

 11시경 집하장으로 모임

 

 비닐 봉지에 든 송이

 

 

 송이

 

 신문지를 풀고

 

 

 분류하기

 

 

 1,2,3 등급으로 분류 

 

 

3 등급

 

 

2 등급    

 

 1등급 송이

 

현지 가격 600,000원/서울 백화점 가격 1,30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