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없이도 사는 마을 산법리(산의실) 사람들 | ||||||||||||||||||||||||||||||||||||||||||||||||||||||||||||||||||||||||||||||||||||||||||||||||||||||
우리마을탐방[28] 풍기읍 산법리 | ||||||||||||||||||||||||||||||||||||||||||||||||||||||||||||||||||||||||||||||||||||||||||||||||||||||
| ||||||||||||||||||||||||||||||||||||||||||||||||||||||||||||||||||||||||||||||||||||||||||||||||||||||
소백지맥이 동서로 감싸 안은 구릉(丘陵) 마을
풍기읍 산법리 가는 길 산법리로 가기 위해서는 광복단을 가기 전 굴다리 네거리에서 한우프라자 방향으로 우회전한다. 오르막길을 조금 올라가다보면 풍기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 도로 우측에 ‘산법 전원마을’이란 표석이 나타난다. 한우프라자 앞을 지나 내리막길을 300m 쯤 내려가다가 좌회전해 들길을 500m 정도 올라가면 멀리 비로봉이 구름 아래 선명하고 집들은 도로 좌우 산기슭에 옹기종기 자리잡고 있다. 지난달 24일 들판이 황금빛으로 무르익어 가던 날 산법리 산의실에 찾았다. 이날 마을회관에서 박상기 이장과 송대식 노인회장, 서경자 부녀회장 그리고 여러 어르신들을 만나 산의실의 유래와 옛 이야기를 들었다.
산법리의 유래 마을 북쪽에는 비로지맥에서 뻗어내린 노인봉(老人峰)이 우뚝하고 그 앞에 옥녀봉과 동자봉 줄기가 마을 동쪽을 감싸고 있다. 서쪽으로는 점방(点方)재에서 토성(土城) 마을 앞까지 쭉 뻗어내린 진등(鎭登)이 있다. 산법리는 동서로 소백지맥이 감싸 안고 있는 내부 구릉(丘陵)지대라는 뜻에서 아기자기한 지명이 생겼다고 박상기 이장이 설명했다.
산법리의 구성
술바우의 전설 송 회장은 술바우터를 가리키며 “옥녀봉의 옥녀가 노인봉의 노인을 모시고 술바우에서 술을 마시며 노닐던 자리”라며 “이 술은 딱 한 잔만 마셔야 하는데 욕심 많은 스님이 두 잔 먹는 바람에 술이 나오지 않았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고 했다. 송 회장은 또 “이 술바우는 1937년 일제가 사방공사를 핑계로 바위를 부수었다고 하니 통탄할 일”이라며 “지금도 마을 사람들은 술바우를 보존하지 못한 것을 애석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술바우 맞은편에 약수터가 생겨 등산객들이 목을 축이고 간다.
한 때 금전(金田)으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던 마을 1930년 경 이 마을에 금전이 개발되어 마을 앞 논밭에서 사금이 많이 나와 수년 간 호황을 이루었다고 한다. 권오경(55) 마을 총무는 어른들로부터 들었다며 “금전이 번성할 때는 3천에서 5천명이 여기에 모여 문전성시를 이루었고 마을 전체가 함바집(노무자 합숙소)이었다”며 “노무자들이 밥 먹고 간 자리의 흙을 쓸어 모으면 금이 나올 정도로 금이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마을 앞 냇가 버드나무 밑에 돌거북 암수 두 마리가 마을 입구를 향해 입을 벌리고 있다. 송대식 노인회장은 “이 거북은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석으로 마을의 안녕과 풍년농사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장수(長壽)를 빌어준다”고 했다.
94년 이어온 ‘호상계’는 마을의 자랑 호상계는 초상이 났을 때 마을 사람들이 초상집에 돈이나 곡식을 태워주는 계로 이는 두레정신에서 나온 미풍양속이다. 이 마을 황필순(68)씨는 “당시 마을의 선비였던 송익순(40년 전 작고) 선생께서 호상계 조직을 주창하였다고 전해 들었으며 계에서 정한 금액을 태워 주고 마을 사람들은 상여매기, 덜구찧기, 부엌일 돕기 등 장례의 모든 일을 분담하여 도왔다”고 했다. 94년 동안 이어 온 계의 장부와 문서는 이장이 보관하고 있으며 마을의 보물로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어르신들, 교통 불편 해소 요청 서경자(59) 부녀회장은 “산의실 어르신들은 법과 규칙을 잘 지키신다”며 “회관에서 절대금연, 마을길 청소, 윗어른 공경하기 등 ‘법 없이도 사는 어르신들’이다”고 했다. 서 회장은 또 “어르신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풍기읍내 까지 걸어가야 하기 때문에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영주시에 여러 번 건의하였으나 비용(약 3천만원)이 많이 들어 무산됐다”고 했다. 이에 정호원(63) 개발위원장은 “어르신들의 교통불편 해소를 위해 ‘행복택시 제도’를 시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의실 사람들 박대한(82, 노인회 여총무) 할머니는 “20살에 풍산면 죽전동에서 산의실로 가마타고 시집왔다”며 “초가삼간에 호롱불 켜고 사남매 키우면서 살았다”고 했다.
산의실 도로 우측에는 산뜻한 통나무집 세 채가 있다. 여기 사는 박강두(60) 씨와 유흥열(61) 씨는 동서지간으로 풍기읍내 아파트에 살다가 3년 전 이곳에 새집을 지어 왔다고 했다. 박강두 씨는 “산의실은 비로봉의 정기를 오롯이 받은 마을로 물과 공기가 좋고 흙향기 짙은 마을”이라며 “마을 사람들 모두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 ‘법 없이도 사는 마을’”이라고 자랑했다. 선조들은 이 마을을 ‘산법’이라 했다. 아마도 ‘山法’이란 ‘법 없이도 살아가는 산의실 사람들을 보고 지은 마을이름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산의실에서 내려왔다. |
'책사랑 > 우리마을 탐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마을탐방[29] 봉현면 대촌2리 '주성골' (0) | 2014.11.30 |
---|---|
우리마을탐방[26] 순흥면 읍내3리 사현정 (0) | 2014.11.30 |
마을 탐방 [27]/풍기읍 백1리 희여골 (2) | 2014.11.30 |
우리마을 탐방[25] 부석면 상석2리 (0) | 2014.09.12 |
우리마을 탐방[24] 단산면 병산1리 (0) | 2014.09.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