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기서 처음 열린 오케스트라 초청 음악회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뜻을 모아 별빛음악회 준비
비발디 사계 연주, 고요와 폭풍 묘사에 감탄 폭발
영주 출신 유영재(테너), 김정묵(바리톤), 장은혜(소프라노) 출연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10일 저녁 풍기문화의집에 읍민 200여명이 모여 600년 풍기 역사상 처음으로 오케스트라 초청 음악회를 열었다.
음악을 사랑하는 풍기사람들이 뜻을 모아 비발디챔버오케스트라 초청 별밤음악회를 열어 차가운 풍기바람을 잠재우고 사랑이 감도는 따뜻한 밤이 되게 했다.
김정묵 별밤음악회 추진위원장은 개회 인사에서 “풍기에서 사상 처음으로 관현악단 초청 음악회를 열게 된 것을 뜻 깊게 생각한다”며 “풍기읍민을 위해 청주에서 이곳까지 오신 비발디 오케스트라 김학근 지휘자님과 단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오늘 거룩한 음악회가 열릴 수 있도록 후원해 주신 익명의 독지가 여러분들께 감사와 경의를 드린다”고 말했다.
강정원(동화구연가, 안정면 용산리)씨의 사회로 조용히 막이 올랐다.
사회자는 비발디챔버오케스트라(이하 비발디) 소개에서 “비발디는 충북 청주를 중심으로 음악대학 전공자들의 모임이라”며 “청주 KBS를 주무대로 정기연주회, 초청공연, 자선공연 등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는 충청권 제1의 관현악단이라”고 소개했다.
비발디의 첫 연주는 노르웨이 음악가 에드바르드 그리그의 홀베르그 모음곡 작품번호 40번을 청해 들었다. 두 번째는 영주출신으로 계명대 음악과를 졸업하고 영주에서 글라비 음악학원을 경영하는 소프라노 장은혜 씨의 ‘내마음’과 ‘거짓말’을 감상했다.
세 번째 무대는 오늘의 주제곡이라 할 수 있는 ‘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 작품번호 2번 G장조 ‘여름’ 1,2,3악장이다.
1악장은 알레그로 논 몰토로 김소영 씨의 바이올린 독주로 연주됐다. 2악장은 아다지오로 조용한 음악이 흐르다 천둥 번개가 치는 듯 웅장한 음악이 무대를 흔든다 그러다 다시 잔잔한 음악으로 변한다. 3악장은 빠른 프레스토로 폭풍우가 몰아치는 광경을 묘사한 악장으로 관중들은 갑자기 변화되는 음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감동하고 감탄의 박수를 보냈다.
네 번째 연주도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을 김빛나리의 바이올린 독주로 이어졌다. 그는 얼음판 위를 조심스럽게 걷는 장면을 훌륭하게 묘사하는가 하면 악전고투 후 평화로운 느낌으로 변화하여 겨울이 가고 봄을 암시하는 남풍을 그려냈다.
다섯 번째 출연은 별밤의 주인공 바리톤 김정묵 씨가 무대에 섰다. 그는 40여년 초등 교단을 지키다 은퇴한 음악인으로 교원예능실기대회 성악부 금상을 수차례 수상했고 안동 MBC 합창단 지휘자를 역임했다. 늘 무대에서 뒷모습만 보이다가 오늘은 무대에 올라 정면으로 섰다. 이테리 가곡 ‘까로미오벤’과 장일남의 ‘기다리는 마음’을 불러 풍기사람들로부터 긴 환호와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여섯 번째 연주는 그리그의 페르권트 조곡 ‘오제의 죽음’이 흘러나왔다. 박정희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TV를 통해 들었던 장례음악이다.
별밤의 대미 장식은 영주 출신 테너 유영재의 무대였다. 이수인의 ‘고향의 노래’와 이테리 가곡 ‘오솔레미오’를 선사했다. 그는 밀라노와 토렌토 등에서 음악공부를 했고 독일에서 독창회와 오페라 공연을 하는 등 타고난 미성과 기교의 세계적 성악가다.
70분간의 음악회가 눈 깜박할 사이에 지나갔다. 별밤음악회의 마무리는 비발디와 게스트로 출연한 세 분의 성악가가 무대에 올라 홍난파의 ‘고향의 봄’을 불렀고 관중들도 가슴을 열고 목청을 높혀 함께 불렀다. 음악회를 끝까지 지켜 본 영주교육청 김종길 교육지원과장은 “오늘 고품격 음악회를 만들어 주신 비빌디와 성악인, 그리고 후원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수준 높고 귀한 음악회에 더 많은 학생과 읍민들이 자리하지 못함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문화의집을 나오자 낙엽들이 떼지어 도로를 달린다. ‘풍기바람은 역시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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