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기 개보
개보라, 개는 집에서 기르는 동물 개를 말하고요. 보(洑)는 한자로 삼수변(물수)에 엎드릴 보자를 쓰는데요.
즉, ‘물를 가둔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洑)는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둑을 쌓고 냇물을 끌어드리는 곳을 말합니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사업에도 16개의 보가 설치되기도 하였습니다.
이야기 속의 ‘개보’는 보를 개가 측량해서 만들었다고 해서 사람들은 이 ‘보(洑)의 이름을
‘개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영주시 풍기읍에서 소백산 비로봉으로 오르는 길목에는 경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금선정’이란 정자가 있습니다. 이 정자 윗편에 우금마을이 있었지요.
이곳 계곡물을 막아 보를 만들고 산기슭을 돌고 계곡을 건너 둥두들마을에 이르는 물길이 있었습니다.
그 이름이 바로 ‘개보’였지요.
이 ‘개보’는 언덕빼기에 있는 농토의 젓줄이 되어 메말랐던 땅을 옥토로 바꾼 아주 중요한 ‘수리시설’ 이었습니다.
그 소중한 보가 왜 하필이면 ‘개보’인가?
옛날 둥두들마을에 김 서방이란 농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산비탈을 개척하여 십여 마지기 농사를 짓고 살았으나 척박한 땅이라 온 식구가 기를 쓰고
농사를 지어도 꽁보리밥 좁쌀죽을 면하기 어려웠고, 그 것도 설 쇠기가 바쁘게 식량이 떨어지니
풀뿌리에 나무껍질로 보릿고개를 넘어야 했습니다.
김 서방은 “어떻게 해서라도 물을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굶주림을 면할 수 있으련만……” 하는
생각에 잠기곤 하였습니다.
이는 김 서방 뿐만 아니고 마을 사람 모두의 소망이었습니다.
그러나 둥두들마을은 워낙 두둥실 높은 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하늘만 바라보고 있을 뿐 물을 끌어들여
농사지을 짓는다는 것은 엄두도 못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김 서방의 생각 달랐습니다.
‘이 땅을 논으로 만들어야 한다’ 는 생각이 꼬리에 고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간밤에 발목이 빠질 정도로 눈이 많이 내렸는데 아침에 보이지 않던 개가 눈투성이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개는 꼬리를 흔들며 김 서방의 바지를 물어 당기는 것이었어요.
이상하게 생각한 김 서방은 ‘이놈이 어딘가를 가자고 하는 게로군’ 하면서 개가 이끄는 대로 따라나섰습니다.
개는 곧장 눈길을 따라 가더니 우금마을 앞 냇가에 서서 주인을 기다렸습니다. 개는 주인이 가까이 오자,
냇물을 가로질러 건너갔다 건너오기를 서너 차례 왕복하였습니다.
그러더니 다시 바지를 당기며 어디론가 가자는 시늉을 하였습니다.김 서방은 집으로 가는 줄 알고 따라 갔는데
개는 길이 아닌 산기슭 비탈로 접어들어 주인이 따라오기를 기다리며 길을 인도 했습니다.
넘어지고 딩굴며 개를 따라가던 김 서방은 ‘개의 행동에 필시 심상찮은 곡절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개는 산비탈을 돌고 돌아 둥두들마을에 이르더니 잠시 멈췄다가 올 때 발자국을 따라 다시 우금마을로 향하는 것이었습니다.
그제야 김 서방은 어렴풋이 짚이는 것이 있었습니다.
우금에 이르자 먼저도 그랬던 것처럼 다시 냇물을 가로질러 왔다 갔다를 반복하였습니다.
“옳거니” 김 서방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며 무릎을 쳤습니다.
김 서방은 다시 눈길을 따라 가며 표를 해 두고 마을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립니다.
이듬해 봄부터 보를 쌓고 물길을 내는 거대한 토목공사가 시작되었지요.
시멘트가 없고 중장비가 없던 당시로사는 삽과 괭이로 땅을 파고 통나무로 다리를 놓기도 하고 토관을 만들어
계곡을 건너는 물길을 만들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렇게 보를 개척하니 보잘 것 없던 메마른 땅이 쌀이 쏟아지는 옥토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 ‘개보’는 조선 중기 이후에 축조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지금도 물길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풍기 인근 사람들은 개보의 전설을 잘 알고 있으며 개의 물길 측량은 철저하고 정확했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옛 우금마을은 삼가저수지 물속에 잠겼고 개보가 있던 자리에는 거대한 댐이 축조되어 영주시민들의 식수
제공 및 홍수 조절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옛 욱금마을 자리에 들어선 금계 저수지
하늘에서 본 금계호와 개봇도랑
둥두들-잠뱅이재-산법으로 이어지는 개보
개보와 봇도랑
개보 자리에 들어 선 금계저수지 둑
물을 양수기로 위로 퍼 올려 옛 개보 도랑으로 내려간다.
도랑은 논과 밭 사이로 이어진다.
맑은 물이 개봇길을 따라 사시 흐른다.
댐과 개보
저수지 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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