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학교 이야기/나 어릴 적 이야기

단산면 병산리 월산방

단산사람 2014. 8. 11. 13:32

보릿고개

월산 한계순

 

가파른 보릿고개 아래

허기진 창자는 보채고

실조된 영양은 버짐으로 피어

교실에 가득했다

구진함 달래주던 떨떨한 찔레 순

씁쓸한 까칠 복숭아

달짝지근 모매뿌리

입안이 쥐나도록 신 시영

언덕을 기어 다니며 찾던 비릿한 억새 순

하굣길 자연이 배식한 유일한 간식들

풋내 나는 보리밭

감자 꽃 피는

나른한 봄날은 길기만 하고

학질에 굴복한 기운은 하루건너 초죽음

주객이 상전된 기생충은 뱃속을 활보하여

산토닌 한 알에 노랗게 돌던 하늘

명절날 제삿날이 손꼽아 기다려져

어머니 속마음 알 길 없던 철부지

전쟁의 후유증 가난의 불편함도 흡수하며

잔뼈는 외소하게 여물었지  

들판에 진초록 다 채워질 때면

동네에 풋 굿 잔치가 벌어지고

신바람 난 동심은 어머니 치맛자락 뒤에서

올챙이배가 되지요

60년대  그 초라한 기억들이

지금은 들꽃 되어 추억으로 핍니다

영양포화 이 시대에 더 부족함이 있으랴만

골목을 누비던 천진한 웃음소리와

소박하고 넉넉한 인심이 그립습니다

 

 

 

 

 

갈참나무 

 

              月産 한계순

  

도도히 흐르는 세파에 굴하지 않고

육백년 인고를 빼곡히 채워

베풀고 가르치는

자랑스러운 문화제

병산 마을 터줏대감

 

장엄한 기상으로

믿음직한 서낭으로

아름드리 가슴을 덕으로 풀어헤쳐

사계절 풍경을 기꺼이 나눠주며

아린 옹이에 겨우살이 터를 주고

휘어진 가지로 텃새둥지 품어주며

우리네 삶의 길을 길이길이 지켜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