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여신의 풍만한 유방은 문명국인 로마시대에는 ‘야만형’으로 무시되었다. 로마 여인들은 가능한 한 유방이 작아 보이도록 온갖 노력을 다 기울였다고 한다. 또 19세기까지만 해도 미의 여신으로 불리는 아프로디테나 밀로의 비너스, 르누아르의 그림에 등장하는 여성은 요즘 기준으로 보면 비만형에 가까울 정도로 엉덩이와 가슴이 풍만한 모습을 하고 있다. 또 성적욕구가 억제되었던 암흑기의 중세 때는 순결함을 연상시키는 흰 살결, 금발에 넓은 이마를 가진 성녀처럼 느껴지는 외모를 가진 여성이 최고의 미인이었다.
시대에 따라 미인상이 변천해 온 것처럼 지능에 대한 개념도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화해 왔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신체적으로 민첩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며, 덕스럽게 행동하는 사람을 가치 있게 여겼다. 중국에서는 시, 음악, 서예, 궁술, 그림에 재능이 있는 사람을 높이 평가하고, 또 관료 정치에 참여해 이끌어갈 수 있는 사람들을 선발하기 위해 어려운 시험을 시행했다. 푸에블로 인디언들 중 케레스 부족은 다른 사람을 잘 돌보는 사람을 이상적인 인간으로 삼았다. 중세 교회의 지도자들은 학구적이고 영리하며 신앙심을 겸비한 학생을 찾고자 했다.
지능은 유전된다
최초로 지능측정도를 발표한 프랑스 심리학자 비네
19세기 현대 심리 측정법을 창시한 사람 중 하나인 프랜시스 갈톤(1822~1911)은 지능이 혈통 속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19세기 후반 영국 사회에서 지도적인 위치에 있었던 인물들의 후손의 지능을 연구했다. 이러한 연구와 더불어 갈톤은 지능을 더 직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고 믿었다. 지능검사를 최초로 시행한 갈톤은 찰스 다윈의 사촌이며 아버지는 은행가, 어머니는 에라스무스 다윈의 딸로 명문가 출신이었다. 그는 이미 4살 때 읽고 셈할 줄 아는 신동이었다. 학자들은 그의 IQ가 2백이었다고 한다. 1883년에 출판된 〈인간의 능력〉이란 책에서 그는 “코카서스인들은 유색인들보다 우월하고, 부자가 빈민보다 유전적으로 월등하다”는 주장을 담은 일종의 사회진화론을 내세웠다.
19세기 초는 정치 사회적 체제와 양상의 변화는 물론 과학의 발전면에서 엄청난 변화의 시기였다. 특히 도시와 산업구조의 형성으로 이러한 새로운 사회적 경제적 변화를 이룰 수 있는 개인을 선별하고 또한 훈련시켜야 할 필요성이 커지게 되었다. 능력 있는 사람들을 개발하고 교육시키려는 노력이 여러 측면에서 시도된 때이기도 하다.
또 당시 다윈의 발생설은 신세계의 농장과 광산에서 서아프리카 출신 노예들과 서인도 제도의 원주민들을 착취하는 데 이론적 토대가 되었다. 문명과 문자를 모르는 세계 곳곳의 비유럽인들의 생활 방식은 원시적이며 획일적이라고 여겨졌다. 갈톤은 인간 생식의 지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보다 과학적인 생식을 통해서 ‘더 고상한 인류’가 나타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우생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피임법을 대중화시키기도 했다. 영국의 하층 계급 사람들과 안경을 쓰는 사람들의 성욕을 감퇴시켜 그들의 열등한 특성을 물려받은 후손이 나오지 않게 하려는 것이었다.
초기 지능검사의 목적은 정신박약아를 가려내기 위한 것
갈톤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프랑스 심리학자 비네(1857~1911)는 최초로 추상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지능측정도를 만들었다. 그는 체스 경기자나 계산 능력을 타고난 사람들의 사고과정에 관심이 컸으며, 두 딸들을 관찰한 결과를 〈지능에 대한 실험적 연구〉라는 책으로 써냈다. 또 지능의 개념화와 측정수단을 연구하고 있었는데 이를 완성할 기회가 찾아왔다. 1904년 프랑스 문교장관이 파리의 공립학교에 다니는 학생 중 학습 성취도가 더디거나 정신박약인 학생들을 식별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이듬해 비네는 동료 시몬과 함께 최초의 지능측정도를 발표했다. 비네 자신은 아이들의 등급을 매기는 일보다 기억력, 문장이해력, 도덕적 판단력을 측정하기 위한 단순한 테스트들을 만들고 싶어 했다. 예를 들어 3살 난 아이는 자기 신체의 부분들을 가리킬 수 있고, 12살 아이는 26음절로 된 문장을 따라할 수 있다는 것 등 경험적으로 만들어낸 문항들이었다. 비네와 시몬은 이후 3년 동안 수정을 거듭해 3세에서 13세까지 나이에 따라 지능검사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어린이의 정신연령과 실제 나이 차이가 2년이 넘으면 정신박약이라고 봤다.
1914년 독일의 심리학자 윌리엄 슈테른은 정신연령을 실제의 나이로 나누어 일반인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 수치가 1이상이면 우수하고, 1미만이면 정상이하라고 판정했다. 여기에 1백을 곱한 것이 오늘날 사용하는 IQ(Intelligence Quotient), 곧 지능지수다.
인종차별주의의 근거가 된 IQ 검사
IQ검사가 화려하게 꽃핀 곳은 미국이었다. 스탠퍼드 대학의 루이스 터먼 교수는 비네의 결과를 미국식으로 고쳐 1916년 ‘비네-시몬지능도의 스탠퍼드 개정판’을 냈다. 그는 성인 4백 명과 중류 가정의 어린이 2천3백 명에게 실시, 집단간의 차이를 발견하였다. 터먼은 이러한 차이는 기본적으로 유전에 의한 것으로 보고 갈톤의 목적과 비네의 방법을 종합하여 교육적인 활용과 우생학적인 평가를 동시에 주창하였다. 또 그는 다산으로 인해 인디오, 멕시코인, 흑인들은 가벼운 정신박약인들이고 그것은 유전된 특질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들을 격리시켜 교육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했는데, 터먼의 지능검사표가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면서 인종주의를 부추기는 근거가 되었다.
제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IQ검사는 미 육군에 참전할 군인들을 뽑고 배치하는 데 활용되었다. 당시 백인은 흑인보다 약 15점 정도 높게 지능지수가 나왔다. 우생학적 관점을 가진 학자들 중 미국의 물리학자 윌리엄 쇼클리가 벌인 해프닝이 있다. 트랜지스터 발명으로 노벨상까지 받은 그는 백인의 지능이 흑인의 지능보다 우수하다고 주장한 대표적인 사람이었다. 한때 IQ가 높은 미국 여성에게 노벨상 수상자의 정자를 분양하자는 사업이 미국에서 전개되었을 때 그는 제일 먼저 정자를 제공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글│곽문주 joojoo@powerbr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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