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마을 전경 |
고려 공민왕 때 영천이씨가 마을 개척
7080새마을역군들 각계각층 지도자 돼
안정면 ‘안심’ 가는 길
안심마을은 안정면사무소에서 동촌방향 1km 지점에 있다. 면사무소에서 신전교(남원천)를 건너면 영주시농업기술센터가 나오고, 조금 더 가서 철도건널목을 건너면 산자락에 자리 잡은 마을이 안심이다.
지난 12일 안심마을에 갔다. 이날 마을회관에서 김호덕 이장, 김종연 노인회장, 김태훈 전 노인회장, 임상빈 어르신 그리고 여러 마을 사람들을 만나 마을의 역사와 숨겨진 이야기를 듣고 왔다.
안심1리 표석 |
역사 속의 안심마을
안심리 지역은 삼국시대 때부터 풍기에 속했는데 당시 이름은 기목진(基木鎭)이었다. 고려 때는 기주(基州)라 불렀고, 조선 초에는 기천(基川)으로 개칭됐다.
1414년 세종대왕의 아들(문종李珦)이 태어나 그 태(胎)를 기천현(풍기) 은풍리 명봉산에 묻었다. 1450년 문종이 즉위하자 그 보상으로 은풍의 풍(豊)자와 기천의 기(基)자를 따 풍기(豊基)라 하고 군(郡)으로 승격됐다.
조선 중기(1800년경) 무렵 군(郡)의 행정구역을 면리(面里)로 정비할 때 풍기군 동촌면(東村面) 안심산리(安心山里)라 부르다가 조선 말 1896년(고종33) 행정구역 개편 때 풍기군 동촌면 안심동(安心洞)이 됐다. 1914년 일제(日帝)가 행정구역을 개편할 때 영주군 안정면 안심동이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600년 수령 향나무 |
지명유래
안심(安心)이란 지명은 조선 중기 무렵 군(郡)을 면리(面里)로 정비할 때 이곳 선비들이 상의하여 ‘안심산리(安心山里)’라고 이름 지었다. 그보다 앞서 고려말(공민왕 원년, 1351년) 평장사(平章事, 정2품관직) 벼슬을 지낸 선비(영천이씨)가 이곳에 터를 잡고 마을을 개척했다 하여 ‘평장마을’이라 부르게 됐다.
옛 사람들은 마을 뒷산이 큰 대(大)자를 닮아 장대봉(長大峰)이라 부르기도 했고, 오얏 이(李)자를 닮아 이씨(李氏)가 살면 마을이 번성한다는 유래가 전하기도 했다.
큰 대(大)자는 ‘사람이 팔다리를 쭉편채로 누워있는 편안한 모습’이다. 아마도 ‘안심’이란 지명은 큰 대(大)자의 편안한 모습에서 유래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보기도 한다.
김호덕(59) 이장은 “마을은 큰 대(大)자 지형 중심에 평장마을이 있고, 오른팔 아래에 뒷섬마을이, 왼팔 아래에는 샛골이 있다”며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남원천과 평장들이 있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마을 이라 하여 ‘안심(安心)’이 됐다”고 말했다.
김태훈(82) 전 이장은 “뒷섬은 마을 뒷산의 형상이 섬(島)과 같이 보인다 하여 ‘뒷섬(後島)’이라 부르게 됐고, 샛골은 산줄기와 산줄기 사이에 있다 하여 샛골(間谷)이라 부른다”고 말했다.
위용 든든 동수나무 |
마을의 상징 느티나무
도로변에서 마을로 들어서면 우람한 느티나무 한 그루가 탐방객을 맞이한다. 장사(壯士)가 양팔로 하늘을 들어 올릴 듯한 위용(偉容)으로 마을을 지키고 있는 동수나무다.
김종연(77) 노인회장은 “이 동수나무(洞樹木)는 입향조 영천이씨가 심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수령 600년 이상으로 보고 있는 이 느티나무는 예전에는 정월대보름날 동신으로 모시고 동제(洞祭)를 지내기도 했다.
이 나무 그늘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어릴 적에도 놀이터였고, 노인이 되어서는 경로당으로 이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샘 |
마을의 보물, 동샘과 향나무
평장마을 북쪽 끝에 동샘이 있고, 샘가에 오래된 향나무 한 그루가 있다. 고려말 영천이씨가 이 마을에 입향할 때(1351년) 샘가에 향나무를 심고, 그 옆에 집을 짓고 살기 시작했다고 하니 650년의 역사를 가진 보물단지다.
상수도가 나온 후 샘은 자리만 지키고 있지만 향나무는 끊임없이 역사를 써 왔다. 향나무는 역사의 구비마다 이리구불 저리구불 용틀임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어 더 값진 보물로 보여진다.
이 마을 이정현(71) 씨는 “동샘과 향나무는 우리마을 보물 제1호와 2호”라며 “이 향나무를 시가로 치면 수천만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동샘 옆에 사는 우정옥(74) 씨는 “새댁시절 모두 이 물을 버지기로 여다 먹고 살았다”면서 “예전의 샘터는 빨래터이기도 하고 서로서로 소식을 전하고 듣는 소식방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4-H 청소년기념비 |
안심새마을 청소년회
동수목 옆에 세원진 4H 기념비를 보면 34년 전 우리 농촌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1983년 안심청소년들이 전국 새마을청소년중앙경진대회에 나가 최우수상(1등)을 수상한 기념비다.
비문에는 「크로바의 생활신조 근면자조 협동봉사/건전하고 생산적인 영풍안정 안심1동/소백산의 푸른기상 여기에서 솟아나니/전국제일 청소년회 긍지보람 간직하세. 글 김시영(영풍군연합회장)」라고 새겨져 있다.
당시 청소년회 김일수(55.수원시) 회장은 전화 통화에서 “‘잘 살아보세’란 주제로 대통령기타기 새마을청소년경진대회에 나가 당당 1등하여 부상으로 경운기를 받아와 동네는 물론 영풍군이 야단법석이었다”면서 “그 때 함께 했던 회원들로 현 안정농협 이강주 전무를 비롯해 40여명이 있었다. 지금은 전국 각지에서 중견 간부로, CEO로, 각계각층 지도자로 활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 회관 |
농업, 농업인 황갑식 조합장
마을회관 머릿돌에 보면 회관 건립 당시 ‘추진위원장에 황갑식, 위원에 김태훈·김종연·김원호·임용빈, 1999.10.1’이라고 새겨져 있다.
김태훈 전 노인회장은 “황 조합장은 어려서부터 영특함이 보였고,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했다. 이장 5년 하고, 회관건립추진위원장으로 활동했다”며 “우리 마을과 농촌 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는 현대 농업의 선구자”라고 말했다.
김종연 노인회장은 “황갑식 조합장은 우리마을의 자랑일 뿐만 아니라 안정면의 자랑”이라며 “마을에서는 잘 사는 안심을 위해 노력했고, 농협조합장이 되어서는 농업기술센터 안심동에 유치에 앞장섰고, 안정농협을 크게 발전시킨 농업전문가”라고 말했다.
뒷섬마을 |
안정농협 이강주(옛 안심청소년회 부회장) 전무는 “황 조합장님은 1994년 9대 조합장으로 취임한 이후(10대 제외) 20년 동안 농업과 농업인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오셨다”며 “1998미곡처리장 준공, 2008농협주유소 개소, 2012예수금 500억탑 수여, 2013 자재센터 개소, 2017가흥동 로컬푸드 직매장 준공 등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 왔다”고 말했다.
13일 가흥동 로컬푸드에서 만난 황갑식(68) 조합장은 “시민들께 안심(安心) 먹거리 (well-being) 제공을 위해 4여년 준비 끝에 지난 11일 가흥택지 영업장을 개장하게 됐다”면서 “농민을 위하고 시민을 위한 명품 로컬푸드(local food)가 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샛골마을 |
안심마을 사람들
멀리서 마을 바라보면 산과 마을과 들과 내가 조화를 이루어 안정감을 준다.
김호덕 이장은 “우리 마을은 87가구에 150명이 살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라며 “150명 중 75명이 노인이고 그 중 독거노인이 40명“이라고 했다.
안심이 안태고향인 임상빈(86) 어르신은 “1960년대 송충이가 기승을 부릴 때 마을에서 애림대(愛林隊)를 조직하여 송충이 알을 박멸한 성과로 국무총리상을 받았었다”고 자랑했다.
마당에서 콩 타작을 하다 만난 권순이(81) 할머니는 “18살 때 예천 석남에서 시집와서 63년동안 이집에서 살았다”며 “(집을 가리키며) 이 집은 남편이 군대 갔다 와서 기와집으로 지었는데 잘 지었다고 구경 오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정희(81) 할머니는 “예전에는 느티나무 밑이 경로당이었다”며 “황갑식 조합장과 장수한 전 노인회장, 최석천 전 이장 등이 설두하여 99년에 노인정을 잘 지었다”고 말했다.
농업기술센터 |
교회 다녀오시는 길에 느티나무 밑에서 만난 조필히(83) 할머니는 “18살 새댁 시절 버지기로 물 여다 먹고 샘가에서 빨래하던 그 때가 엊그제 같은데 65년이란 세월이 지나갔다”며 “내 눈에는 그 때나 지금이 느티나무의 모습이 똑 같다”고 말했다.
8년 전 안심으로 귀촌했다는 서정훈(62) 씨는 “시내와 거리도 가깝고, 조용하고 공기좋은 안심에 터를 잡았다”며 “마을 어르신들께서 잘 도와주시고 환영해 주셔서 전원주택이 20호나 된다. 고향에 돌아와 사는 기분으로 안정된 전원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정면 안심1리 안심사람들>
김호덕 이장 |
김종연 노인회장 |
김태훈 전 노인회장 |
임상빈 어르신 |
조필희 할머니 |
권순이 할머니 |
김정희 할머니 |
우정옥 씨 |
이정현 씨 |
서정훈 씨 |
황갑식 조합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