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사랑/우리마을 탐방

우리마을탐방[203]부석면 소천2리 ‘진골(長谷)'

단산사람 2019. 1. 13. 21:51

야산줄기가 연이어 긴 골짝을 이룬 마을 진골(長谷)

우리마을탐방[203]부석면 소천2리 ‘진골(長谷)'


일제 때(1922년) 진골에 부석공립보통학교 설립 
뒷산이 어머니 품안 같아 아들(好)이 많은 마을


 

진골마을 전경

 

소천2리 경로당

소천2리 진골 가는 길
소천2리 진골은 부석초등학교가 있는 마을이다. 부석초 교문 우측으로 난 길을 따라 100여m 올라가면 천주교 뒤에 소천2리 마을회관이 있고, 마을의 집들은 뒷산자락을 따라 남북으로 길게 자리 잡았다. 지난 3일 진골마을에 갔다. 이날 마을회관에서 신현구 이장, 배선창 노인회장, 이안희 부녀회장, 안희진 노인회총무 그리고 여러 마을 사람들을 만나 진골의 유래와 전설을 들었다.

 

부석 사과

역사 속의 소천리 진골
신라가 삼국통일을 완성한 해가 676년이고, 의상대사가 고구려의 잔존 세력을 몰아내고 부석사를 창건한 해가 676년이다. 부석면 일대는 676년 이전에는 고구려 땅으로 이벌지현(伊伐支縣)이라 불렀고, 그 후 통일신라 때는 인풍현((隣豊縣)으로 고쳐 급산군(급山郡,순흥)에 예속시켰다. 인풍현은 조선 초(1413년) 행정구역 정비 때 1부석면(단산), 2부석면(용암), 3부석면(소천)으로 분할 개편되면서 소천2,3,4리 지역은 3부석면(三浮石面) 독유동(獨遊洞)에 속했다.
그 후 조선말 1896년(고종33년) 행정구역 개편 때 순흥부가 순흥군으로 격하되고, 삼부석면은 봉양면(鳳陽面)으로, 이부석면은 용암면으로, 일부석면은 단산면으로 개칭됐다. 

이 무렵 독유동은 봉양면 하사문리(下沙文里)에 편입됐다. 1914년 일제에 의한 행정구역 개편 때 순흥군·풍기군·영천군이 영주군으로 통합되고, 순흥군의 봉양면, 용암면, 도강면(도탄)을 합쳐 부석면을 새로 만들었다. 마을 원로 이상수(84,전 교육평가원 장학사, 서울창동중 교장) 어르신은 “일제 때 두들마·봉래동·물구지·남산을 소천1리, 옛 독유동과 진골은 소천2리, 사그랭이 지역을 소천3리로 편성했다”면서 “6.25 후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나 (1950년대 중반) 1-6리로 분리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부석·소천의 지명유래

홍종호 전 부석면장

지난 2일 홍종호(90) 전 부석면장댁에 가서 부석과 소천의 지명유래를 여쭈었다.  홍 면장은 “의상(義湘)이 절을 지으러 봉황산에 이르렀으나 도적의 무리(고구려 군사로 추정) 500명이 그 땅에 살고 있었다. 용으로 변해 의상을 옹호하던 선묘(善妙)는 커다란 바위로 변하여 공중에 떠서 도둑의 무리를 위협함으로써 절을 창건할 수 있었다. 의상은 선묘가 바위(浮石)로 변해 절을 지을 수 있도록 하였다고 하여 절 이름을 부석사(浮石寺)라 했다”고 말했다. 또 소천에 대해서는 “소천이란 지명은 조선 숙종-영조 때 황해도 감사를 지낸 소천 출신 정옥(鄭玉.1694-1760)의 호 우천(牛川)에서 유래됐다”면서 “당시 사람들은 정 감사의 호(號) 소 우(牛)자에서 ‘소’자를 따고, 내 천(川)자에서 ‘내’자를 따 ‘소내’ 또는 ‘소천’이라 불렀는데 1914년 행정구역을 개편할 때 이곳 선비들이 의논하여 한글 ‘소’자에 ‘풍류이름 소(韶)’자를 덮어씌워 소천(韶川)이란 행정구역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진골, 창원황씨 봉례공 배위 묘

진골(長谷)의 유래
원래 진골은 부석초 서쪽 골짝 안을 말한다. 입구는 좁고 안은 고구마형으로 막장까지 600여m 가량된다. 이재훈(80) 어르신은 “골이 길어 ‘긴-골’이란 뜻인데, 예전에 경상도사투리로 ‘길다’를 ‘질다’로 발음하였기에 ‘긴골’이 ‘진골’이 됐다”고 말했다. 

1984년에 발간된 경북지명유래에 보면「진골은 낮은 산줄기가 연이어져 있는 긴 골짜기로 형성된 마을이다. 옛날 안동김씨 노인이 이곳에 정착하여 마을 개척했다. 그 뒤 골 밖에 인가가 산자락을 따라 길게 들어서면서 장곡(長谷)이라 부르게 됐다」고 기록했다.2일 진골 탐방길에 이 마을 황진회(60) 씨를 만났다. 오래된 묘가 있어 내력을 물었다.

황 씨는 “이 묘는 조선 세종 때 통례원봉례(通禮院奉禮) 벼슬을 지낸 창원황씨(단산면 병산리) 황전(黃전,?~1459)의 배위(配位) 곡성임씨(谷城任氏) 묘”라며 “이 묘의 발복을 받아 조선 때 문과급제자를 6명이나 배출하여 해마다 가을이면 창원황씨 후손들의 참배행렬이 줄을 잇는다”고 말했다.

 

봉양교 모습
현재 부석초증학교

부석공립보통학교 설립
소천2리 진골마을 가운데 부석초등학교가 있어 학교마을이라고도 한다.
100년 전 현대교육의 필요성을 인지한 지역 유지들의 노력으로 1922년 5월 부석공립보통학교 설립을 인가 받아 그해 8월 착공하여 12월 총건평 124평(교실5칸,공사비:1만7천원) 규모의 교사(校舍)를 준공하고, 1923년 5월 2학급 편성 개교했다.
홍종호 전 면장은 “개교 당시 화감에 사는 만석꾼 김규수(金圭秀)의 후손 김사정(金思定)이 부지(약3천평) 매입비를 기부하였고, 1937년 교지(校地)를 확장할 때는 우수골의 김락인(金樂隣,풍산김씨), 당시 부석의원 박동하(朴東夏,의사) 원장, 두들마의 김사덕(金思悳,연안김씨) 씨 등 3인이 부지 300평을 기부하여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홍 면장은 이어 “부석공립보통학교는 이후 부석공립심상소학교-부석공립국민학교-부석국민학교-부석초등학교로 개칭되어 오늘에 이르면서 각계각층 지도자를 많이 배출했다”고 말했다. 

 

1960년대 부석초 모습


아들이 5,6형제? 
“마을의 자랑이 뭐냐?”고 어르신들게 여쭈었더니 배선창(80) 노인회장은 “멀리서 마을의 풍광을 바라보면 어머니가 아들을 안고 있는 형상”이라며 “그래서 그런지 아들만 5,6형제인 집이 여럿집”이라고 말했다.    
이상수 교장도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다”며 아들이 많은 집을 손가락으로 꼽아보기도 했다.
송돈호(83) 어르신은 “예전에 아들 못 낳는 사람이 진골로 이사 오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이전해온다”면서 “지금도 아들을 원하는 사람이 진골로 오면 아들을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수가 빼어난 마을
배동명(79) 전 노인회장은 “어릴 적 우곡에 살다가 청년기부터 진골에 와서 살았다”며 “우리마을은 백두대간 형제봉에서 동으로 달려온 산줄기가 뒷산을 우뚝 세웠고, 마아령(馬兒嶺)에서발원한 물과 임곡 왕비골(王妃谷)에서 내려온 물이 합쳐진 대율계(大栗溪)가 마을 앞을 흘러 산수가 수려한 마을”이라고 말했다. 
안희진(72) 노인회 총무는 “우리마을 어르신들은 모두 건강하셔서 연세가 여든(80)에도 농사일을 거뜬히 하시고, 농기계도 잘 다루신다”며 “이는 산수가 빼어나고 공기 좋고 물이 좋은데서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진골마을 사람들
부석사로 가는 길 은행나무가로수 서편으로 보이는 마을이 진골이다. 기자가 마을에 갔던 날 회관 쉼터정자에는 어르신들이 모여 놀이판이 한창이다. 이중호 시의원을 만났다.
이 의원은 “제가 이 마을에 사니더”라며 “산수가 빼어나고 풍속이 아름다워 인재가 많이 태어나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 마을 이대식(72) 씨는 “영주시민신문 마을탐방 기사를 보면서 늘 고마운 마음을 가졌는데 우리마을에 오셔서 환영한다”면서 “진골의 유래와 자랑을 잘 써 세상에 널리 알려 달라”고 했다. 신현구(59) 이장은 “소천2리 진골은 어머니의 품속에 자리 잡은 듯 아득하고 따뜻한 마을”이라며 “학교가 있는 마을에 살면서 학교의 영향을 받아 교육열이 높은 마을이다. 현재 73세대 150명이 서로 화합하면서 사는 의(義)좋은 마을”이라고 말했다.

이안희(62) 부녀회장은 “진골은 효(孝)와 예(禮)를 존중하는 마을”이라며 “효 행사로는 어버이날 큰잔치와 효도관광이 있고, 예(禮) 행사로 설날 합동세배 등이 있다. 또 아들들이 고향을 찾아 와 팔순잔치를 여는 등 효도행사가 자주 있다”고 말했다. 조병준(78) 어르신은 “예전에 마을길은 초가집 돌담사이로 난 지겟길 밖에 없었으나 마을사람들의 노력으로 차가 들어가는 길을 만들었으며, 15년 전 마을사람들의 합력으로 경로당을 새로 지었다”고 말했다.


안병익 씨
박분선 할머니
이옥분 할머니
최갑순 할머니

사과 농사를 짓는다는 안병익(72) 씨는 “부석은 가는 곳마다 사과의 바다가 펼쳐진다”며 “진골 어르신들은 모두 사과 전문가”라고 말했다. 경로당 안방은 할머니들의 휴식처다. 박분선(79) 할머니는 “요즘 일철이라 회관이 조용한 편”이라고 했고, 이옥분(74) 할머니는 “회관(경로당)이 있어 참 행복하다”고 했다. 감천 홍고개에서 진골로 시집 왔다는 최갑순(80) 할머니는 “보릿고개를 넘던 어린시절을 생각하면 지금은 천국에서 사는 것 같다”며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 주신 시의원님, 이장님과 노인회장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신현구 이장
배선창 노인회장
배동명 전 노인회장
이안희 부녀회장
이상수 전 교장
송돈호 어르신
이재훈 어르신
조병준 어르신
안희진 노인회 총무
이대식 씨

이원식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