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사랑/숨겨진 보물을 찾아서

삼국시대 사람들이 무덤 속에 그린 ‘고분벽화 5폭’ 감상

단산사람 2021. 4. 18. 21:21

우리고장 우리마을 숨겨진 보물을 찾아서[25]

순흥면 읍내리 ‘영주 순흥벽화고분’

 

소백산맥 비봉산 서남방 주능선 구릉 경사면 해발 430m에 위치
돌을 다듬어 벽돌을 쌓아 방을 만들고 덮개돌을 덮고 봉분을 쌓음
무덤방 벽에 그린 벽화
5폭 통해 본 당시 사람들의 종교관 내세관

 

고분벽화(비봉산 중턱)

 

                                                        벽화고분 전시관

 

                                                          발견 당시(벌목 전) 벽화고분

                                                                         발굴 당시 벽화고분

 

영주 순흥 벽화고분 위치
영주 순흥 벽화고분(이하 벽화고분)은 소백산의 한 줄기인 비봉산(飛鳳山) 정상에서 서남방으로 뻗어 내린 주능선 구릉의 경사면 해발 430m에 위치한다.

이 벽화고분은 돌을 다듬어 지상에 무덤방(墓室)을 만든 돌방무덤(石室墳)으로, 무덤 남쪽에서 무덤방(널방)으로 드나드는 널길(羨道)이 나 있는 굴식돌방무덤(橫穴式石室墳)이다.

돌을 네모로 다듬어 벽돌 쌓듯 맞물려 동서로 약간 긴 형태의 장방형(3.5×2.0m)의 널방을 만들었는데 널방 벽면은 위로 올라갈수록 안으로 굽어들었으며, 천장은 동서 방향으로 2개의 큰 판석으로 덮었다. 그리고 벽면에 석회를 바르고 그 위에 그림을 그렸다.

벽화고분 뒤 200m 지점에 채석장이 있다. 당시 이곳에서 돌을 다듬어 돌방을 조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벽화고분 주변에는 굴식돌방무덤과 구덩이식돌방무덤 수십 기가 발견되었고, 특히 북서쪽 500m 거리에는 1971년 발굴 조사한 어숙술간묘(於宿述干墓)가 위치해 있다.

벽화고분을 찾아가는 길은 순흥 교차로에서 풍기방향 700m 지점 우측에 벽화고분 전시관이 있고, 벽화고분은 전시관에서 비봉산 방향으로 250m 거리에 있다.

 

영주 순흥 벽화고분
영주 순흥 벽화고분은 1985711일자 남한 최대 벽화고분 발굴이란 제목으로 우리나라 모든 신문이 1면 탑기사로 보도한 바 있다. 발굴 후 그 중요성이 인정되어 1985117대한민국 사적 제313로 지정됐다.

발굴 당시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벽화 모사도(模寫圖)’를 실물 크기 두루마리 족자식으로 제작했는데 서벽화, 동벽화, 북벽화, 남벽화, 시상대벽화 등 5폭이다.

지금으로부터 1500년 전 이 땅(순흥)에 살았던 사람들이 그린 5폭의 벽화를 통해 그들의 종교관(宗敎觀)과 내세관(來世觀)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서벽화(西壁畫 )

 

1. 서벽화(西壁畫)
-기괴한 역사상을 지나 버드나무 늘어진 집으로
서벽은 널길과 이어진 벽면이다. 무덤방을 들어오면 마주하는 널길 서벽에는 역사상(力士像)과 역사 뒤의 버드나무, 버드나무 오른쪽의 집 그리고 천녀(天女)를 연상하는 여인이 보인다.

반라(半裸)의 역사상은 귀달린 뱀을 움켜쥐고 무덤 밖을 향해 뛰쳐나가듯 역동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튀어나올 듯 부라린 큰 눈과 매부리코,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낸 이빨 등에서 일반사람의 모습과는 다른 괴기(怪奇)함이 느껴지며, 무엇보다도 역사상과 같은 방향인 무덤 밖을 향해 혀를 내밀고 눈을 부릅뜬 형태의 동물은 연주(連珠)형 목장식을 하고, 귀를 갖고 있어 일반 뱀이 아닌 상상의 동물임을 보여준다.

역사상 뒤로는 구름과 함께 버드나무와 가옥이 펼쳐진다. 가옥은 지붕의 선을 통해 기와집임을 알 수 있고, 담장 길이 모이는 선 양쪽에서 자라는 버드나무는 집 쪽을 향해 늘어진 모습이다. 한편 지붕 상단부에는 꽃잎 또는 올림머리 같은 선녀들이 나타나는데, 천의(天衣)를 걸친 여인상으로 해석되고 있다.

                                                                  동벽화(東壁畫)

 

2. 동벽화(東壁畫)
-상서로운 새 한 마리, 죽은 자를 인도한다.

동벽은 커다란 도굴 구멍이 나 있는 부분으로 벽 훼손으로 인해 벽화 박락(剝落)도 심하다. 겨우 남아 있는 그림은 왼쪽 상부의 서조와 이 새와 이어지듯 연결된 산악 그림 일부이다. 새는 날카로운 주둥이를 벌리고 날개를 활짝 펼친 채 북벽을 향해 살짝 올려다보는 모습인데, 주둥이 아래에는 닭 턱살 같은 것이 표현되어 있고, 앞면과 상부로 1-3줄의 묵선이 새를 둘러싸듯 그려져 있다.

훼손으로 인해 전체를 확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새의 위치, 방향에 주목해 동쪽 벽화를 해석하고 있다. 즉 동쪽은 해가 뜨는 방향으로, 자연을 섬겼던 농경사회에서 태양이 뜨는 쪽은 하늘신의 방향이자 생명의 방향으로 인식되었다. 따라서 동벽에 그려진 새는 죽은 이를 위하여 노래하며, 천상의 세계로 인도하는 장승조로 해석되어 상서로운 새라는 의미로 서조(瑞鳥)로 명명하고 있다.

                                                                      북벽화(北壁畫)

 

3. 북벽화(北壁畫)
-피어오르는 연봉오리, 연화화생(蓮花化生)을 꿈꾸듯

북벽의 그림은 석회 박락이 심하여 알아볼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지만 군데군데 남겨진 벽면에서 산, 구름, , 꽃 그림 등을 또렷이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풍경화적 요소를 보이며, 동벽에도 나타나는 산악도가 이어지듯 북벽에도 전개되고 있다. 산악 그림은 하부는 직선처럼 퍼지며, 상부는 삼산(三山) 형태의 둥글고 부드러운 봉우리를 가지나 다소 나지막한 형태로 끊어질 듯 이어지는 형상이다. 그 아래쪽으로 창공에서 하강하는듯한 새와 창공에 떠 있는 듯 표현된 꽃 그리고 구름의 형태가 나타난다.

북벽의 왼편 즉 널길을 통과해 바로 눈앞에 보이는 벽면 부분에는 마치 연못에서 피어오른 연꽃을 표현한 듯한 연지도(蓮池圖)가 그려져 있다. 활짝 핀 연꽃 중심의 연밥과 꽃잎, 곧 꽃봉오리를 터트릴듯한 연봉오리, 이어진 줄기와 연잎이 생동감 있게 표현되어 있다.

                                                                        남벽화(南壁畫)

 

4. 남벽화(南壁畫)
-삼지창 옆 기미(己未) 묵서, 제작 연대를 밝혀 주다.

남벽 역시 석회 박락이 심해 확인할 수 있는 그림은 많지 않다. 그러나 남벽 오른쪽 상단부에 묵서명문(墨書銘文)이 남아 있고, 그 아래로 삼지창(三枝槍)을 쥐고 있는 인물 및 꽃술이 두드러진 꽃 2송이를 비롯해 벽면 전체에 부분부분 흩어진 묵선(墨線)이 본래는 전면에 그림이 그려져 있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심한 훼손으로 인하여 전체를 파악하긴 어려우나 29자 정도 확인되는 묵서명문에 己未中墓像人名□□이라는 내용이 있어 己未두 자의 간지(干支)로서 이 고분의 제작 년대는 539년 전후를 추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편 세 갈래로 갈라진 삼지창을 왼손에 들고 정면을 향한 듯 서 있는 인물이 보이는데, 널길 좌우의 역사상들과 비슷한 크기로 역시 상반신을 벗은 반라(半裸)로 추정된다.

창에 매달린 물고기형의 깃발(魚形旗)을 휘날리는 모습이다.

                                                                  시상대벽화(屍床臺壁畫)

 

5. 시상대벽화(屍床臺壁畫)
-시상대를 장식한 화려한 그림 장식

시상대벽화는 널길 안쪽 바닥과 시상대 사이 면에 그린 그림이다. 무덤방의 주인, 묘주(墓主)를 안치하기 위하여 마련한 침상인 시상대(屍床臺, 시신을 안치해 놓은 받침대 시설)의 측면에도 벽화가 발견됐다.

붉은색 굵은 줄 2겹이 반원을 그리듯 그려져 있고, 그 외곽 테두리 상부로 삼각형의 화염 불꽃같이 활짝 핀 꽃잎인 듯한 도식화 된 모양이 이어지듯 연속된 그림이다.

반절연화(半切連花) 또는 화염(火焰), 산악(山岳)으로 보고 있다.

동서남북 네 벽면에 그려진 다른 그림들의(의미 있는 상징성과는 별개로) 회화적 기법이 구체적이며 사실적인 것과 달리, 시상대벽화의 문양은 다소 패턴화된 도식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원식 기자 lwss0410@hanmail.net